장식은 했는데 몇 달 지나 보면 꽃잎 끝이 먼지로 뿌옇고, 프리저브드 플라워 유리돔 안쪽에 김서림처럼 물방울이 맺혀 깜짝 놀랄 때가 있죠. 저도 첫 유리돔을 창가에 두고 장마를 넘겼다가, 장미 잎사귀에 점 같은 곰팡이를 보고 한참을 멍해졌습니다. 그때부터 “주간 계획표”를 만들어 관리했더니 같은 실수를 거의 하지 않게 됐습니다. 아래 루틴은 제가 서울 원룸(선반형 디스플레이, 북서향 창)에서 실제로 운영하는 방법이라, 작은 공간에서도 충분히 따라 하실 수 있습니다.
주간 먼지 제거 루틴: 에어 블로어·부드러운 붓 병행
도구 구성
- 카메라용 에어 블로어: 강풍이 아닌 한 번에 짧게 눌러 분사
- 부드러운 메이크업 브러시(염소·다람쥐모 or 극세사): 모가 촘촘하고 힘이 약한 제품
- 극세사 천: 유리돔 외부 닦기 전용
순서
- 유리돔 외부를 마른 극세사 천으로 한 바퀴 훑어 정전기 먼지를 먼저 제거
- 돔을 들어 올리기 전, 에어 블로어로 돔 입구 주변의 먼지를 날림
- 돔을 열고 꽃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블로어를 15~20cm 거리에서 짧게 두세 번
- 브러시로 꽃잎 안쪽을 살살 쓸어 내림(한 방향으로만), 잎맥 사이 먼지는 붓끝으로 톡톡
주의 포인트
- 세게 불면 꽃잎이 찢어지거나 배치가 흔들립니다. “짧고 약하게, 여러 번”이 핵심
- 물티슈, 젖은 천, 알코올 사용 금지. 염료가 번지거나 꽃 조직이 녹습니다
- 먼지 제거는 주 1회, 황사·미세먼지 심한 주에는 2회로 늘리되 매번 5분 내로 끝내기
제가 실수했던 건 브러시로 원을 그리며 빡빡 문지른 것이었습니다. 그때 파란 수국 잎이 하얗게 벗겨졌어요. 이후로는 “한 방향 쓸기”로만 합니다.
월간 실리카겔 재생과 수분 로그 기록 습관
유리돔 내부가 뿌옇거나, 실리카겔 인디케이터가 핑크/녹색으로 변하면 수분 포화 신호입니다
재생 방법 및 수분 로그 기록
- 오븐 100~120℃에서 30~60분 건조. 기름 냄새 배지 않도록 트레이에 베이킹 페이퍼 깔기
- 전자레인지 사용은 권장하지 않음(과열·용기 변형 위험)
- 식힌 뒤 밀폐지퍼백에 보관, 사용 시 한 번에 과다 투입하지 말고 얇게 펼치기
- 작은 메모지에 날짜/체감 습도/인디케이터 색/결로 여부를 적어 유리돔 밑에 끼워둠
- 장마철엔 1~2주 간격, 건조한 계절엔 한 달 간격으로 재생 타이밍 조절
로그를 남기면 “왜 이번에 곰팡이가 생겼지?”를 감으로만 추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7월 첫째 주, 창문 환기 시간을 늘린 날에 결로가 생긴 것을 기록에서 확인하고, 그 다음부턴 비 오는 날 환기를 5분으로 줄였습니다.
햇빛 방향 바꾸기와 그림자선(선번 현상) 관리
유리돔은 렌즈처럼 빛을 모으기도 합니다. 강한 직사광선은 꽃 색을 바래게 하고, 돔 유리의 그림자선이 오랫동안 같은 위치에 드리우면 색이 얼룩처럼 변합니다.
배치 요령 및 선번현장 응급대처
- 직사광선 대신 밝은 간접광을 선택. 창으로부터 1.5m 이상 떨어진 선반이 안전
- 주 1회, 돔의 각도를 30~45도 돌려 그림자선이 같은 자리로 겹치지 않도록 함
- UV 차단 필름이 있다면 창에 부착, 조명은 3000~4000K(웜화이트~뉴트럴)로 설정
- 색 빠진 부분을 중심으로 주변 꽃잎을 살짝 재배열해 시선 분산
- 동일 계열의 프리저브드 잎으로 보강(접착은 최소량의 전용 글루)
저는 북서향이라 해가 짧게 비추는데도 선반 위치 때문에 오후에만 진하게 그늘이 생기더군요. 각도만 바꿔줘도 색 유지 기간이 한 달 이상 더 늘었습니다.
소형 제습제 배치 맵: 선반·창가·서랍 분산
유리돔 아래만 건조해선 전체 습도를 못 잡습니다. 저는 공간을 3구역으로 나눠 미니 제습제를 돌렸습니다.
구역화
- A: 창가 주변(바람길 시작)
- B: 전시 선반(유리돔 다수)
- C: 보관 서랍(예비 소재·리본·카드)
배치팁
- A에 흡습량 높은 제습제 1개, B에는 소형 제습제 2개를 좌우에 분산
- C에는 소포장형 실리카겔 파우치 여러 개를 층마다 배치
- 한 달에 한 번 날짜 스티커 교체, 포화되면 색변화 확인 후 즉시 교체
습도는 ‘길’을 따라 이동합니다. 창가에서 들어온 습기가 선반으로 오기 전에 한 번, 선반 양쪽에서 다시 한 번 잡아주는 구조를 만들면 유리돔 내부 결로가 확 줄었습니다.
냄새 발생 시 원인 추적 체크포인트
한 번에 모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의심 요소를 하나씩 잘라내듯 점검합니다.
- 유리돔 고무링·받침의 곰팡이 여부(코너의 검은 점)
- 내부 포푸리, 모스(이끼) 습기 과다 여부
- 실리카겔 포화 상태(색 변화)
- 주변의 향 제품 분사 잔향 축적 여부(디퓨저, 헤어미스트)
- 근처 목재 선반의 눅눅한 냄새 전이 여부
제 경우, 냄새는 유리돔이 아니라 받침 나무의 습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받침만 48시간 통풍·건조했더니 냄새가 사라졌습니다.
눅눅해졌을 때 24시간 회복 캠프 구성
급할 때는 임시 ‘건조 캠프’를 만들면 효과적입니다.
- 컨테이너 바닥에 실리카겔을 골고루 깔고, 그 위에 받침격자를 올림
- 유리돔에서 꽃을 조심히 분리해 격자 위에 배치(직접 실리카겔과 닿지 않게)
- 뚜껑을 닫고 12시간 후 중간 점검, 최대 24시간 유지
- 과도 건조는 꽃을 바삭하게 만들 수 있으니 24시간을 넘기지 않기
- 캠프 후에는 원래 자리로 바로 복귀하지 말고 간접광 아래에서 1~2시간 안정화
장마철에 수국이 축 늘어졌을 때 이 방법으로 70% 정도 회복시킨 경험이 있습니다. 완벽히 이전 상태로는 돌아가지 않아도, 눅눅한 질감과 냄새는 확실히 줄었습니다.
주간관리표
요일 | 핵심 작업 | 도구 | 소요 시간 |
---|---|---|---|
월 | 외부 유리 닦기, 위치 각도 30도 회전 | 극세사 천 | 3분 |
화 | 내부 먼지 점검, 가벼운 블로어 | 블로어 | 3분 |
수 | 브러시 디테일링(꽃잎 안쪽) | 부드러운 브러시 | 5분 |
목 | 제습제 위치 확인·교체 여부 메모 | 소형 제습제 | 3분 |
금 | 수분 로그 기록, 실리카겔 색 확인 | 인디케이터 실리카겔 | 3분 |
토 | 전시 환경 점검(조명, 직사각 피하기) | 조도 체크 | 2분 |
일 | 휴식(이상 시 24시간 캠프 가동) | 컨테이너 | 상황별 |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손이 조금 가지만, 관리 루틴만 굳히면 오래 깔끔하게 유지됩니다. 위 계획표를 한 주만 실행해 보세요. 둘째 주부터는 손이 덜 가고, 세 번째 주엔 결과가 눈에 보일 겁니다. 직접 써본 방법이라 자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