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자 전세 자금 대출 후기

무직자 전세 자금 대출이 안되다는 은행 직원의 냉정한 거절을 듣고 오신 친정 엄마께서 결국 금리 2.1%의 8천만원 전세자금 대출을 받게 된 방법과 과정을 적어보려고 한다.

‘대출의 마법’ 책에서 해결책을 찾다

최근, 친정 엄마께서 우리 집 근처로 이사 오고자 하셨다. 그러나 보유한 예산 한도 내에서는 30분 거리의 오래된 아파트밖에 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엄마한테 전세 자금 대출을 알아보자고 건의했고, 이자를 부담스러워하는 엄마에게 요즘은 정부에서 저금리에 해주는 대출도 있으니 은행에 가셔서 한번 알아보라고 하였다. 그런데 하필 엄마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신 지라, 은행원에게 무직자라고 말했더니 그 직원이 단번에 안된다고 하는 거였다.

결국 엄마에게만 맡길 수 없어서 내가 직접 나서기로 했다. 얼마 전 <대출의 마법>이라는 책을 읽었던터라 소득이 없어도 전세 자금 대출이 가능한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출을 받으려면 발품을 잘 팔아야 한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은행마다 취급하는 상품이 다르고, 은행 직원도 지식이 천차 만별이라 내가 원하는 상품을 잘 안내해줄 직원을 만나는 것도 운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우리가 받으려고 알아보는 정부기금대출은 은행에서 취급을 꺼려한다. 은행 입장에선 수익성이 낮은 반면 심사과정이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상담받는 것부터 녹록치 않다. 그러니 혹시라도 은행 한군데만 방문하여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더라도 낙담하지 말고 은행 여러 곳을 방문하여 상담 받아 보자.

그리고 <대출의 마법>이라는 책을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책 읽을 당시 나는 대출 받을 상황이 전혀 없었기에 대충 읽어 보았는데, 가족이 대출 받을 상황이 생기자 다시 ‘전세 대출’편을 정독하였고, 이 책의 지식이 내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전세 자금 대출 후기와 과정

전세 자금 대출은 주택 소재지가 있는 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하므로, 이번에는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신한 은행을 방문해보았다. 다행히 이번 직원은 ‘버팀목 전세 자금 대출’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자세히 안내해주셨다. 임차 보증금의 5% 이상의 계약금이 지불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기금이든든’ 홈페이지에서 접수 한 후 준비 서류를 제출하면 은행에서 심사가 들어간다는 진행 절차를 알려주셨다.

‘버팀목 전세 자금 대출’이란 주택도시기금에서 제공하는 대출 상품으로, 무주택이고 부부합산 연소득 5천만원 이하 세대주를 대상으로 하며, 연 2%대의 낮은 금리로 임차보증금의 70% 내에서 수도권은 최대 1억 2천만원, 지방은 8천만원까지 대출을 해준다. 대상 주택은 임차 보증금이 수도권은 3억원, 지방은 2억원 이하의 주거전용면적 85제곱미터 이하 주택이면 가능하다. 통상 34평까지 가능하다는 뜻이다.( 34평이지만, 85제곱미터가 넘는 경우도 있으니 등기부등본을 통해 꼼꼼히 확인해보자) 버팀목전세자금의 종류에는 일반대상, 신혼부부전용, 청년전용이 따로 있다.

버팀목 전세 자금 대출을 진행 할 때 본인이 선택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보증기관을 HUG로 할 것인지, HF로 할 것인지 정해야 하는 것이고 이는 매우 중요한 결정 사항이다. HUG는 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HF는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보증을 해주는 것이고 이에 따라 보증 한도와 절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각 보증기관의 특징을 잘 알아서 자신에게 맞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직자는 HUG를 선택해야 한다.

HUG와 HF의 차이점과 선택

HUG : 대출을 받을 때 주택의 가격과 상태를 기준으로 보증 여부와 한도를 결정한다. 따라서 소득이 적거나 신용도가 낮은 경우에도 높은 한도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심사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리고 전세보증보험이 필수적으로 가입되는데, 임대인이 법인이면 보증 보험이 가입이 안되므로, 전세대출도 받을 수 없게 되니 유의하자. 임대인에게 채권양도통지서가 내용증명으로 발송된다. 집주인은 전세기간 만료 후 보증금을 반환할 때 세입자가 아닌 은행에 직접 반환해야 한다. 그러므로 전세집 계약 시 집주인에게 이 부분을 충분히 설명하고 임대인의 동의가 가능한지를 확인해야 한다.

HF :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의 소득과 신용도를 기준으로 보증여부와 한도가 결정된다. 따라서 대출 절차가 간단하고 신속하게 진행되며, 가심사를 통해 대출 승인 가능성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전세보증보험가입은 선택사항이며, 전세 기간 만료 후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 하면, 세입자가 은행에 상환하는 방식이다.

선택 : 은행에서 상담 시 은행직원이 우리에게 HUG로 할 것인지 HF로 진행할 것인지 물어봤고, 나는 이미 책을 통해 위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주저 없이 HUG로 결정할 수 있었다. 은행직원 말에 따르면 무직자인 경우 HF는 3천만원 정도 나올 수 있다고 하였다. HUG는 8천만원까지 대출이 되므로 우리의 선택은 당연히 HUG였다.

기금이든든 홈페이지에서 접수를 하면 당일에 바로 ‘자격심사’가 적격이 떴고, ‘예비자산심사’는 3~4일 걸려서 적격 판정을 받았다. 카톡으로도 안내가 오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상황을 확인 할 수 있다. 그 다음 단계가 ‘사전자산심사’인데 여기서 은행심사가 들어가므로 이때 은행에 방문하여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은행에서는 대출 접수순서대로 심사가 들어가야 해서 바로 심사를 하지 못하고, 며칠 이후에 심사들어간다고 하였다. 며칠 뒤 은행 직원의 연락과 함께 신한은행 모바일 앱을 통해 비대면 약정서를 작성하였고, 이렇게 ‘사전자산심사’ 또한 무난히 적격 판정을 받았다. 마지막 단계인 ‘사후 자산 심사’는 대출 승인 이후 자산요건 부합여부를 최종 심사한다. 버팀목 전세 자금 대출은 순자산, 즉 부동산 일반, 자동차 및 금융 자산 합계에서 부채를 제외한 자산이 일정 금액 이하인지도 심사하므로 자신의 자산 상태를 미리 확인해보고 대출을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자녀유무, 한부모가정, 장애인, 다문화, 고령자 등 다양한 우대금리가 있어서 더욱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처음 방문한 은행 직원의 말만 듣고 무직자는 전세 자금 대출을 받을 수 없다고 포기 했다면, 지금 계약한 집보다 훨씬 멀고 낡고 오래된 집에 엄마가 들어가셔야 했다. 딸 입장에서는 도움이 되지 못해서 친정 엄마께 죄송스러운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 같이 고금리 시대에 부담 없는 저금리의 대출을 받았을 뿐 아니라 전세보증보험가입까지 자동으로 가입이 되니, 친정 엄마께서 마음 편히 전세 기간 동안 머무를 수 있게 되었다.

소득이 없더라도 전세 자금 대출이 가능한 방법이 있으니 이 경험담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